전세계의 미식가들이 인정한 요리와 거리마다 열리는 다양한 축제들로 가득한 오스트리아 남부 도시 그라츠. 유럽의 대학 도시로 젊은이들의 활기로 가득찬 곳, 이 모든 것들이 그라츠를 문화 수도로 만든 힘이다.
그라츠를 여행할 때는 편안한 신발과 여유 있는 옷을 입고 천천히 걸어보라고 권한다. 구불구불한 길과 골목이 있는 이 오래된 도시를 걷다 보면 여러개의 매혹적인 광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도시의 한복판에는 사방의 길과 만나는 무성한 숲과 언덕, 그리고 산성 슐로스베르크(Schlossberg)가 우뚝 솟아 있다.
산성 정상에는 도시의 상징인 시계탑이 있고 산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무어 강 오른쪽에는 2003년 건립된 예술회관 쿤스트하우스 그라츠(Kunsthaus Graz)가 거대한 파란색 거품이 떠다니는 것 같은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고풍스러운 건물들 위에 불시착한 우주선 같은 독특한 외관의 쿤스트하우스는 밤이면 700개의 형광등이 컴퓨터 시스템에 따라 다른 패턴으로 점멸해 살아 움직이는 생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영국의 건축가 피터 쿡(Peter Cook)과 콜린 푸르니에(Colin Fournier)가 설계한쿤스트하우스는 4층짜리 유선형 건물로 문어의 빨판처럼 촉수를 내민 지붕의 창과 화려한 섬광으로 번쩍이는 청색 아크릴 외장 때문에 건물 자체가 시각적 충격이다.
쿤스트하우스는 중세풍의 빨간 지붕사이로 검푸른 연체동물이 촉수를 내밀고 기어가는 듯한 형상이다. 시민들의 80%가 당초 새로운 미술관 건립계획에 반대했지만 이제는 이 건물에 ‘친근한외계인(A friendly alien)’이란 별칭을 붙여줄 정도로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리예술가인 막스너이하우스는 쿤스트하우스에 소리까지부여했다. 이 건물은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매시 정각 10분 전에 5분간 초저음의진동음을 낸다. 도시 전체로 퍼져 나가는 낮은 울림으로 건물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시민들과 매일 커뮤니케이션을한다. 2004년 9월 500억원의 예산이투입되어 완공되었다.
또한 19세기 초 요한 공(Prince Johann)이 기증한 요하네움 박물관(Universalmuseum Joanneum)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주립 박물관으로, 슈티리아의 자연과 문화, 예술을 만날 수 있다.
무어(Mur)강 한가운데에는 인공 수상 무대인 무린젤(Murinsel)이 있다. 그라츠가 2003 유럽 문화 수도로 선정되었을 당시, 뉴욕의 예술가이자 설계자인 비토 아콘치(Vito Acconci)가 제작했다.
특별 행사로는 르네상스 음악을 공연하는 슈티리아르테(Styriarte) 음악제, 연극, 순수 예술, 문학 및 음악을 집중 조명하는 현대적인 축제인 슈타이어리셔 헤릅스트(Steirischer Herbst, 슈타이어마르크의 가을), 에겐베르그 궁전(Eggenberg Palace)의 콘서트 등이 있다.
그라츠는 오감을 자극하는 도시이다. 슈티리아 지역의 전통 음식을 맛보고 와인 지역을 둘러보며 수많은 바와 커피 전문점, 와인 바, 선술집, 레스토랑에서 식도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